커피 끊기 후 얻어진 것. 모든 커피 끊어본 후기

한두 달 전부터 생활 속 이것저것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피곤한 생각이 부쩍 들면서였어요. 그래서 어느 날 문득 매일 마시고 떨어지면 늘 습관처럼 구입하고 있는 커피를 그만 마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시작해 보았습니다.

 

커피트레이를 열어보니 믹스커피 알커피 라테 카푸치노 아이스 믹스... 참 종류별로도 있더라고요. 한때는 이렇게 종류별로 커피를 구비해서 칸칸이 트레이에 채워놓고 그때그때 기분 따라 느낌 따라 마시는 한잔의 카페인이 삶에 대한 큰 상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과해 보이는 건 왜일까요.

 

아무튼 저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그날로 딱 끊었습니다. 일전에 다이어트 때문에 믹스커피만 끊어 보려는 시도를 몇 번 했었는데 며칠 못 가 또 마시곤 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모든 커피를 중단해 버렸습니다.

 

 

커피를 끊고 처음 찾아온 카페인 금단현상

커피를 끊고 나서 2주 정도 금단증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일 처음 저에게 나타난 증상은 두통과 허기였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금단증상이라는 생각도 못하고 보상심리에 식욕도 느는구나 생각을 했지요. 또 한 가지는 두통이었습니다. 낮에 멍한 상태로 있는 기분이었고 그 멍함이 한동안 진행된 후에는 두통이 찾아왔습니다. 두통약을 이 시기에는 좀 복용해야 했습니다.  

 

 

3주 차 정도부터 느낀 달라진 컨디션

딱 잘라 3주 차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즈음부터는 어느새 두통을 느끼지 못했고,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개운했어요. 몸이 개운 하다는 건 그만큼 밤에 잠을 잘 잤다는 건데 커피를 끊은 후로는 정말 밤 9시가 넘으면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하는 느낌이었고 학생 때부터 올빼미던 제가 10시 반 이전에 잠드는 현상을 겪었답니다. 그렇다고 잠자는 시간 자체가 엄청 길어지지는 않았어요.

 

10시 반쯤 잠들어서 빠를 때 3시 반 늦으면 5시 반 정도에 거의 깨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개운한 거죠.

전 같으면 그 시간에 눈이 떠져도 그냥 누워서 시간을 때우거나 뒤척이다가 오히려 늦잠을 자고 오전 컨디션을 더 망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냥 일찍 일어나서 이른 살림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덕분에 매번 등록만 하고 잘 나가지 않던 헬스장도 일찍 가서 공복유산소도 할 수 있게 되었고,  6시쯤 일찍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서 상쾌하게 새벽산책도 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마실 때는몰랐던 나의 만성피로. 그리고 카페인 의존

 

직장을 오랫동안 다녔고 피로는 늘 필수라고 생각하면서 당연스레 살아왔어요. 전에는 남편과 저녁을 먹고 뉴스를 보다가 밤 9시 혹은 10시에도 생각나면 커피를 마시곤 했습니다. 커피를 마신다고 잠을 못 잔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남들이 물어봐도 나는 전혀 커피가 잠자는데 문제가 안된다고 말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끊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제대로 된 좋은 수면을 할 수 있고 다음날 더 좋은 에너지가 나에게 생긴다는 사실을요. 적다 보니 예찬론자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커피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는 식의 사회생활 불편러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까운 이들과 카페에 가게 되면 가급적 다른 걸 마시지만 마시게 되는 때는 티 내지 않고 가끔 한잔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전과 달라진 저는 커피를 마신 그날은 어김없이 수면의 질 차이를 이제는 느껴버리고 있어서 그동안 피로에 찌든 제 삶에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예전에 찍어 두었던 커피 사진들. 

 

뇌는 아직 커피를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예전에 찍어두었던 커피들 사진을 몇 장 찾아봤어요. 미용실 가면 주시던 달달한 커피와 더 달달했던 쿠기. 커피 거품만 봐도 코끝에 향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걸 끊은 제가 새삼 기특하네요.

 

 

주변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커피 끊기

우선 제가 집에 커피를 준비해 놓지 않으니까 남편의 불평이 있었지요. 한 번은 본인만 먹겠다면서 오랜만에 대용량이 아닌 편의점에서 파는 20개짜리 믹스커피를 싱크대에 살짝 넣어놓기도 하더라고요. 그것마저 떨어진 지금은 트레이에 마지막 남은 노브랜드 알커피를 아침마다 조금씩 마시더라고요. 저 알커피 마저 떨어지면 아직 커피를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서 또 사야 하는 것인지 벌써부터 고민 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마시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서 남편도 거의 마시지 않고 있는데 본인은 아직 인정하지 않지만 그 예민한 사람이 요즘 정말 꿀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남편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회사에 나가면 오후에 한잔씩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까지 질색팔색하면서 유난스레 끊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시간이 가다 보면 자연스레..^^

 

친정엄마에게도 커피 끊기를 권했어요.

저와 한 달 정도 차이가 나는데 믹스커피를 안 드시니 불룩하던 배가 조금 들어갔다고 좋아하시고, 역시 수면의 질이 높아진걸 가장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날로 아빠에게도 하루 한잔 주시던 커피를 중단했다고 하십니다. 커피회사에서 보면 좋아하지 않을 글이네요. 하지만 어쩝니까. 제가 경험하고 안 마시니 더 좋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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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참기 힘들 때는 다른 종류로 욕구 충족 해보세요

밥을 먹고 나면 달달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었던 초기에는 꼭 커피는 아니지만 뭔가를 마셔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자꾸 생겼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달달하고 쌉쌀한 쌍화차를 마셨습니다. 쌍화차가 물릴 때는 율무차도 마셔보고요. 녹차종류는 피했어요. 카페인 성분이 있어서.

 

시간이 가다 보니 이제는 식사 후에 아무것도 마시지 않습니다. 그대로 식사자리를 치우고 냉장고 속 보리차에 뜨거운 물을 섞어 따끈하게 한잔 마시면 끝이고 속이 참 편해졌어요.

 

두 달 정도의 짧은 경험일 수 있지만, 잠이 이렇게 중요한지 실제 겪어보니 격하게 좋습니다.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카페인을 중단해 보세요. 동시에 액상과당이 가득한 각종 음료들 술은 더욱... 이런 것들을 잠시라도 멀리해서 달라진 컨디션을 직접 느껴보신다면 아마 시작할 용기가 생길 거예요. 함께 꿀잠 자고 건강해 지자고요. 물론 초반에 약간의 금단시기가 있으니 이 또한 무사히 지나셔야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그 누구의 삶도 격하게 응원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 힘든 시기에 모두 힘내시고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