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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는 참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사십이다 오십이다 하는데 우리 엄마는 아직도 서른몇 살. 다음 해에 또 물어봐도 서른몇 살. 그렇게 엄마는 영원히 서른몇 살 일 것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는 그때의 엄마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중년이 되었지 뭡니까..
그만큼 나의 엄마도 이제는 육십을 넘긴 할머니가 되었는데 그 삼십여년의 공백이 정말 순간이동 마냥 짧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병원에 함께 다녀오는 길에 장에 들러 꽃나무를 사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나무가게에 들러 꽃나무를 이십여 그루 샀습니다. 오래전 담장이 무너져버려 휑한 뒤뜰에 다시 울타리를 만들고 싶다면서..
집에 오자마자 호미를 들고서는 부리나케 사철나무를 심어놓고 어찌나 어린애마냥 좋아하시던지 이상하게 그 잔상이 며칠을 갑니다.
봄이면 엄마의 앞뜰에는 항상 수선화가 핍니다. 몇해 전부터는 촌스럽고 예쁜 꽃분홍 튤립도 피구요. 조금 더 계절이 익으면 제가 좋아하는 풍성한 수국이 올라옵니다.
나이를 먹으면 자꾸 꽃사진을 찍는다고 하던데, 요즘 제 핸드폰 사진첩에 꽃 사진이 늘어가는것 같기는 합니다. 이 짧은 계절이 벌써 지나가 버리는 기분입니다. 엄마의 예쁜 꽃밭처럼 나도 엄마도 나의 사랑하는 이들도 늘 화사한 꽃분홍 봄날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작 사철나무 심은 사진은 찍질 못했네요..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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